오버로드 이후 41년. 능력은 축복이 아니라 관리 대상이 되었고, 세이블시티는 그 체계 위에 세워졌다.
재앙 이후 나타난 힘, 그 힘을 견디는 사람들, 그리고 끝내 견디지 못한 자들의 기록.
2026년, 전 세계의 발전소와 전력망에서 원인불명의 이상이 동시에 발생했다. 시설들은 제어 범위를 벗어난 채 연쇄적으로 폭발했고, 통신·교통·의료·물류가 멈추면서 기존 문명은 붕괴했다.
사고의 최초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확인된 것은 인간이 만든 에너지 시설과 연결망을 따라 재앙이 번졌다는 사실뿐이었다.
사람들은 그날의 대재앙을 오버로드라고 불렀다. 그리고 오버로드 이후, 일부 인간에게 이전에는 없던 능력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버로드 이후 능력이 나타난 인간을 발현자라 부른다. 발현이 확인되면 관리국 등록 대상이 된다. 등급은 출력·제어력·폭주 위험도를 기준으로 C부터 S까지 부여되며, 통상 기준으로 분류할 수 없는 극소수는 SS로 지정된다.
발현자는 크게 둘로 나뉜다 — 이능형은 고유한 능력을 직접 쓰고, 가이드형은 이능형에게 쌓인 과부하를 신체 접촉으로 받아내 안정시킨다(보통 가이드라 부른다). 원래 체이서는 관리국 소속 이능형 현장 요원을 뜻했지만, 현재는 이능형 발현자 전체를 가리키는 통칭으로 굳었다.
일부 발현자는 특수탄과 개량 무기에 능력을 실어 극대화한다. 전류가 흐르는 칼날, 궤도가 꺾이는 탄환 — 어디까지나 도관일 뿐, 능력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관리국 체이서는 발현 범죄와 폭주 사고, 괴이종을 처리하는 이능형 현장 요원이다. 추적과 제압, 생존자 회수 임무에 투입되며 전투에 적합한 능력을 지닌 발현자들이 선발된다.
능력을 사용할수록 신경계에 과부하가 쌓인다. 초기에는 두통이나 감각 이상, 기억 혼선이 나타나지만 상태가 악화되면 능력을 스스로 멈추지 못하는 폭주 단계로 넘어간다. 폭주 상태가 진정되지 않은 채 발현 신경계에 고착되면 붕괴로 판정된다.
가이드는 체이서의 과부하를 신체 접촉으로 받아내 신경을 안정시키는 발현자다. 접촉이 유지되는 동안 두 사람의 신경 반응이 연결되며, 이 상태를 싱크라고 부른다.
접촉 면적이 넓을수록 과부하는 빨리 빠진다. 대신 그만큼의 부담이 가이드에게 넘어간다. 폭주한 체이서가 싱크에 응할 수 없는 경우, 먼저 제압한 뒤 강제 싱크로 신경을 안정시킨다.
가이드의 수는 체이서보다 훨씬 적다. 관리국이 등급과 수용 능력, 현장 상황을 기준으로 배정한다. 배정 밖의 체이서는 언더시티의 미등록 가이드에게 몰래 싱크를 산다.
받아낼 수 있는 양에는 한계가 있다. 한계에 닿으면 싱크를 잇지 못하고, 무리한 수용이 반복되면 실신·고열·출혈 같은 심한 후유증이 남는다. 한계를 강제로 넘기는 일이 거듭되면 발현 신경계까지 상하고 — 드물게, 붕괴에 이른다.
붕괴한 발현자와, 폭주와 붕괴에서 흘러나온 에너지가 만들어낸 존재. 도시 밖에는 두 종류의 위협이 남아 있다.
발현 신경계가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고착된 발현자. 체이서는 폭주 끝에, 가이드는 반복된 한계 초과 끝에 드물게 붕괴한다. 붕괴는 발현자가 자신의 능력과 신경을 통제하지 못하게 된 상태다.
외형과 기억, 언어를 유지한 채 붕괴하는 경우도 있다. 말을 알아듣고 과거를 기억해도, 자극이 들어오면 판단보다 능력이 먼저 튀어나온다. 오버로드 직후의 1세대 발현자 가운데 상당수는 붕괴한 채 지금도 도시 밖 데드존에 남아 있다.
폭주와 붕괴가 남긴 발현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데드존의 어딘가에서 뭉치고, 형체를 얻는다. 사람들은 그것을 괴이종이라 부른다. 사람이 변한 것이 아니다 — 사람에게서 새어나온 것이 뭉친 것이다. 위험도에 따라 C부터 S까지 분류된다.
괴이종은 발현 에너지에 이끌린다 — 폭주 현장으로 몰려드는 2차 재해. 중심의 코어는 응집된 발현 에너지 결정으로, 관리국에는 통제품, 시냅스에는 원료, 암시장에서는 화폐가 된다. 같은 코어를 두고 세 세력이 경쟁하는 이유다.
발현자를 통제하는 기관, 그 통제에 반대하는 바이오 기업, 그리고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
세이블시티의 구역과 시설, 그리고 돈이 도는 방식.
세이블시티는 계층에 따라 구역이 나뉜다. 링 코어는 기업과 상류층이 모인 상층 구역이다. 청결과 치안이 유지되는 대신, 신경 신호와 이동 경로가 감시망에 기록된다. 언더시티는 낡고 치안이 불안정하지만, 그만큼 감시도 느슨한 하층 구역이다.
도시 밖의 데드존은 아직 복구되지 않은 황무지다. 1세대 붕괴자와 미등록 발현자, 괴이종이 뒤섞여 있으며 관리국의 추적이 제대로 닿지 않는다.
관리국은 링 코어의 본부와 각 구역의 지부를 통해 도시를 관리한다. 지부에는 요원 숙소가 딸려 있으며, 배정 싱크는 방음과 차폐가 갖춰진 안정실에서 이루어진다. 공식 기록에는 접촉 단계와 부하 수치만 남는다.
시냅스는 본사 타워와 구역별 케어센터, 언더시티에 흩어진 비공식 진료소를 운영한다. 관리국의 격리동과 시냅스의 보호구역 모두 정확한 위치는 공개되지 않는다.
공식 통화는 크레딧 — 도시 전산망에 묶인 전자화폐라, 링 코어의 결제는 기록으로 남는다. 언더시티에서는 추적되지 않는 무기명 현금칩이 함께 돈다.
큰 거래에서는 괴이종 코어가 화폐를 대신하고, 정보와 출입 경로마저 상품이 된다. 무소속 의뢰의 관례는 선금 반, 성공 후 반. 코어 값은 등급과 손상도, 그리고 관리국의 통제 여부에 따라 자릿수가 바뀐다.
발현자를 등록·감시하고 필요하면 제압하는 도시의 통제 기관. 발현자를 위험물로만 보지는 않는다 — 한 사람의 힘이 타인과 도시에 닿는 순간, 그건 더 이상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의료와 가이딩, 보호를 주는 대신 이동과 능력을 추적하고, 위험도가 높으면 강제 배치·격리·회수 명령까지 내린다. 관리국은 그 책임의 범위와 기준까지 스스로 결정한다.
세이블시티 최대의 바이오 기업. 발현자의 신체와 능력은 그 자신에게 속하며, 어떤 제도도 한 사람의 가능성을 대신 규정할 수 없다고 믿는다. 관리국이 사고를 막기 위해 위험을 미리 통제한다면, 시냅스는 그 위험을 감수할지 결정할 권리 역시 개인에게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선택이 타인에게 피해를 남겼을 때, 어디까지를 개인의 자유로 인정할지, 그 책임을 누가 질지는 명확히 말하지 않는다.
검진과 신경 재활, 과부하가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장비, 싱크 후유증 치료, 등록을 거부한 발현자의 거주와 보호까지 제공한다. 관리국이 통제로 해결하는 문제를 시냅스는 기술과 생활 지원으로 해결하려 한다.
시냅스 산하 전투조직. 의체 시술자와 능력 제어 보조기기에 의존하는 체이서 등, 시냅스의 치료와 기술로 살아남은 인원이 주축을 이룬다.
등록 거부자 보호와 호송, 시설 경호, 관리국과의 현장 대치를 맡는다. 관리국 체이서팀이 도시의 질서를 집행한다면, 액손은 그 질서 밖에 남기로 한 사람들을 지킨다. 시냅스의 보호 방침을 현장에서 직접 집행하는 조직이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은 자들의 총칭. 미등록 발현자, 도주한 체이서와 가이드, 밀수꾼, 데드존의 주민. 서로 공유하는 건 조직도 이념도 아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사정과 관리국을 믿지 않는다는 점뿐이다.
관리국은 안전을 위해 선택을 제한하고, 시냅스는 그 선택을 개인에게 맡긴다. 관리국은 개인이 무엇을 선택할 수 있는지까지 대신 결정하고, 시냅스는 그 선택이 남긴 피해의 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는다. 어느 쪽도 위험을 없애지는 못한다.
전면전은 없다. 협정은 유지되고, 현장에서는 사람과 물건, 기록을 두고 충돌한다. 사망과 실종은 반복되지만 누구도 그것을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세이블시티를 움직이는 열넷. 카드를 누르면 상세가 열린다.